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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천 개의 파랑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 저자 천선란
  • 출판사 허블
  • 출판년도 2020년
  • 청구기호 WG 813.7-ㅊ246ㅊ
  • 책위치 2층 종합자료실
  • 주제 문학
  • 분류 사서추천도서
책의 도입부는 작중 등장하는 로봇, C-27(콜리)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로봇이라고 서술되는 그가 왜 말을 타고 있는지, ‘처음’의 호흡과 ‘마지막’의 호흡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채, 독자는 그의 서술을 따라가게 된다.
도입부를 장식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콜리’는 우연한 계기로 고성능 소프트웨어 칩을 이식받아 스스로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살아가는 기수(騎手) 로봇이다. 그는 인간을 관찰하며, 자신과 인간이 무엇이 다른지, 무엇이 비슷한지 끊임없이 탐구한다. 콜리는 여느 때와 같이 경마에 참여하던 어느 날 푸르른 하늘, 한없이 청명한 빛깔에 매혹되어 낙마한 뒤 그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작품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연재와 은혜 자매이다.

연재와 은혜는 소방관이었던 남편을 잃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어머니 ‘보경’의 슬하에서 자란 한부모 가정 소녀들이다. 연재는 로봇을 좋아하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직접 고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우연한 기회에 C-27, 추후 콜리라고 이름붙인 로봇을 주워 훌륭히 복원해내기도 한다. 은혜는 사고로 하체를 잃고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간다. 작중 시점에서는 경마장을 자주 드나들며, 수의사, 말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이 둘은 은혜의 장애로 배려, 그리고 의존이라는 관계성을 부여받은 뒤 다소 어색해진 사이이다.
그들을 다시금 함께 움직이게 해주는 계기는 바로 콜리, 그리고 콜리의 파트너 경주마인 ‘투데이’와의 만남이다. 투데이는 콜리와 호흡을 맞추지 못하게 된 이후에도 계속 무거운 기수 로봇을 태우고 달린 결과 관절이 손상되어 곧 안락사를 당할 상황에 처한다. 인간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고 길러져 마침내 버려지게 된 콜리, 그리고 투데이는 연재와 은혜 자매에게 구해져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된다. 도입부에 서술된 그들의 마지막 경주가 바로 그것이다.

천 개의 파랑에서 ‘파랑’은 중의적 표현이다. 콜리를 매혹시킨 푸른 하늘의 색깔을 뜻하기도 하고, 하늘에 그려지는 구름의 무수한 물결, 파랑(波浪)을 뜻하기도 한다. 이중 후자는 작중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개성과 어울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콜리는 작품의 후반부에 연재와 은혜, 그리고 보경과 교류하며 배운 천 개의 단어들이 물결치는 하늘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고성능 소프트웨어 칩을 가진 콜리로서도 인간과 교류하며 담게 된 단어가 고작 천 개. 삶을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단어라는 생각 또한 든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살아가며 몇 개의 단어를 담아낼 수 있을까? 몇 명의 사람, 몇 번의 만남, 몇 번의 기회를 우리 인생에 온전히 받아들이고, 담아낼 수 있을까? 그렇기에 연재는 작품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지금, 진정 필요한 것은 빨리 달리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천천히 달리는 연습’일지도 모른다고.

SF라는 장르가 궁금하긴 했지만 거창하고 어려워 보여 망설였던 독자분들, 청년층이 열광하는 SF의 감성이 궁금한 독자분들, 그리고 그런 것을 다 떠나 재미있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읽고 싶은 모든 독자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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