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2020년 중랑구로 이사 오고 나서, 도서관이 집 가까이에 있어 반가웠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니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반신반의하며 여섯 살 유나와 함께 도서관에 처음 가 봤다.
우선은 도서관의 시설, 규모, 책 상태, 책 종류에 놀랐고, 다음으로는 시스템에 놀랐다. ‘취학전 천권읽기’라니!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책의 중요성은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바라는 만큼 유나가 책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고, 내 욕심만큼 읽어 주지도 않아서 늘 조급함이 있었다. 그런데 ‘천권읽기’ 팸플릿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한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닌, 유나에게 책을 읽게 하기 위한 ‘장기적인 당근’이 필요했는데, 이보다 더 좋은 시스템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섯 살 후반이었지만 뒤늦게 천권읽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여섯 살 후반에서 여덟 살 초반까지 천권읽기를 진행하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글을 일부러 늦게 가르쳤기 때문에 여섯 살 후반이던 떡잎, 새싹 단계에서는 유나가 글씨를 몰라서 내가 매일 목이 터져라 책을 읽어 주었다. 그런데 꽃 단계가 되면서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독서 덕분에 자연스럽게 한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꽃, 열매 단계에서는 유나가 혼자 소리 내서 책을 읽었고, 더 나중에는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천권읽기’가 유나에게 자연스럽게 한글을 알게 해 준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리 내어 책 읽는 방법, 눈으로 책 읽는 방법까지 발전하게 해 주었다. 천권읽기가 마무리된 요즘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쌓아 놓고 혼자 읽는 아이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기를,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내 마음을 알고 그렇게 되도록 도와준 ‘천권읽기’ 캠페인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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