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출간된 지 4년 만에 그의 두 번째 산문집을 만난다. '계절 산문'이란 산뜻한 제목의 이번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을 통과하며 그러모은 시인의 마음이자 바람과 같은 것들이다. 시인이 세심하게 살피고 헤아린 순간순간을 때로는 고백으로, 때로는 시로, 때로는 편지글로 담았다.
한적한 버스를 타는 일, 불을 밝힌 상점들을 구경하거나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는 일이 마냥 좋고, 가을 하늘처럼 밝게 만나서 맑게 취해보고도 싶고, 따뜻한 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천천히 숨을 쉬어보았던 시간 같은 것으로 이 겨울날이 기억되기를 희망하는, 시인의 그런 소박하고 다정한 마음들이 글마다 배어 있다. 글 한 편 한 편이 그리 긴 호흡이 아니기도 하고, 순서에 얽매일 필요 없으니, 마음 가는 대로 펼쳐 읽으면 된다. 같은 계절, 같은 시기를 통과하는 모든 이에게 시인이 건네는 살뜰한 안부 인사로 마음이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