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책으로 여는 미래, 미래를 여는 문 양원숲속도서관

호

  • 저자 정보라
  • 출판사 읻다
  • 출판년도 2023년
  • 청구기호 WG 813.7-ㅈ386호
  • 책위치 2층 종합자료실
  • 주제 문학
  • 분류 사서추천도서
<저주토끼>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한국형 호러·SF 작가 정보라가 써내려간 호러 로맨스.

동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괴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구미호는 아마 세 손가락 안에는 꼭 꼽힐 것입니다. '전설의 고향' 속 간 빼먹는 여우부터 사랑에 빠져 인간이 되려 한 구미호 이야기 등 고전설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고, 청년층에게 인기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리', 마블 코믹스의 한국형 히어로 '화이트 폭스' 등으로 재해석되기도 했을 정도이지요. 그 외에도 각종 영화,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덕분에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인 요괴로 가끔은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호>는 구미호를 소재로 15년 전, 공모전에 참여해 수상했던 원고를 다듬어 출간한 작품입니다. 앞서 언급한 '인간이 되려 하는 구미호의 이야기'를 골자로 하되, 서술의 중심을 구미호에게 홀린 인물 기준(1부에서는 '그', 2부에서는 '나'로 묘사되는)에게 두어 어딘가 몽환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작품의 말미까지 끌고 갑니다. 적절한 각색으로 현대적 배경 속 구미호의 삶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제사나 신장(神將) 등의 소재를 적소에 배치한 글의 짜임새는 한국적인 정서와 민담의 분위기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합니다.

구미호의 사랑이 진실된 것이었는지, 여우에게 홀린 '기준'의 선택은 그 스스로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맞았는지 작가는 단정짓지 않습니다. 저 또한 책을 읽고난 뒤 독자들의 생각이 '여우의 꾐 덕분이다', 혹은 '진실한 사랑이다'의 두 갈래 혹은 그 이상으로 갈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감히 이 책을 서두에 이야기했듯 호러-로맨스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여우의 꾐에 따라 파국에 이를 뻔한 남자의 인생으로 읽는다면 호러 소설이 되겠지만, 기어코 인간을 다시 믿었다가 버려진 여우의 슬픈 사랑으로 읽는다면 로맨스 소설이 되겠지요.

서늘한 날이 일상이 되어가는 가을철, 저녁 바람보다 스산한 기운과 함께 호러와 오컬트의 정취에 젖고 싶은 매니아분들, 그리고 가끔은 색다른 로맨스를 읽고 싶은 독자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판타지도 물론 재미있지만, 호러 로맨스는 그만의 독특한 맛이 있는 법이니까요.

책 속 한 문장
"나도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 죽을 것이다. 대응책은 하나뿐이다. 최선을 다해 남은 날들을 살아내는 것이다. 죽음을 생명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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