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세상 순수해 보이는 내 자식. 그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이 책은 일본의 인스타그램 26만 팔로워를 보유한 일러스트레이터 시로야기 슈고가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일러스트 에세이입니다. 주요 등장인물인 마나와 고하루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같은 반 친구입니다. 해맑은 얼굴로 항상 학교가 재미있었다는 말을 남기는 딸아이의 모습에 마나의 어머니인 아카기 가나코는 내심 안심하죠. 그러나 고하루의 어머니, 치하루의 연락에 그녀가 가꾸고자 했던 '평화로운 집'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마나가, 고하루를 왕따시켰다는 겁니다. 마나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게 된 가나코는 고하루의 집을 찾아가 사과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방학이 끝난 뒤 학교에 나간 마나와 달리 등교를 거부한 고하루로 인해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 과연 이 왕따 사건은 어떤 끝을 맞이할까요?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다룬 대부분의 창작물은 피해 학생이나 방관자의 입장에서 서술되거나, 혹은 사건의 사후 학교폭력을 추적하는 형태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가정을 중심으로 사태를 조망합니다. 가해 학생의 부모가 느끼는 죄책감과 자식에 대한 불신, 부모 간의 갈등. 사건이 SNS를 통해 퍼지며 들불처럼 퍼지는 '가벼운 분노'는 가나코의 가정에 실질적인 피해로 돌아오기까지 합니다. 한국의 학교폭력 실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2023년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원격 수업이 마무리된 2021년 이후 꾸준히 학교폭력 피해는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 15.1%가 집단따돌림으로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가나코의 가정에 가해진 피해처럼 가해자, 혹은 피해자에 대한 섣부른 정보 공유로 2차 가해가 늘어나는 상황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어린이들의 한때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상처를 남기는 학교폭력, 그리고 집단따돌림. 서두에 이어 다시 한 번 여쭈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자식이 학교폭력 가해자라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학부모, 학교폭력 및 청소년 범죄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 짧지만 강렬한 만화 형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드립니다.
책 속 한 문장
"마나가 괴롭힘당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하루처럼 반 아이들 모두한테. 여러분들의 아이는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 16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