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의 제한이 없는 미래의 메가시티 평택, 일명 샌드박스에서 첨단범죄를 추적하는 콤비, 진강우와 주혜리의 귀환. 2080년대, 과학과 기술의 개발 제한이 없는 기술규제 면제특구가 된 평택.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사이버펑크 범죄를 쫓았던 검사 진강우와 민간조사사 주혜리가 다시금 무대 위에 오른다.
이경희 작가는 2020 SF어워드 장편 대상작 『테세우스의 배』의 세계관을 확장한 『모래도시 속 인형들』로 다시 한 번 2023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의 대상을 수상하며 샌드박스 3부작의 첫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만 1년 반이라는 짧은 텀을 두고 보다 다양해진 범죄 기법과 사회 현안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모래도시 속 인형들 2』이 돌아왔다.
전편의 마지막에 그 존재를 밝혔던 '여울'과 각종 기술을 교란시키는 알고리즘 뉴비(New_B)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에 샌드박스는 다시 한 차례 홍역을 앓는다. N사의 게임을 떠오르게 하는 게임 <린블>의 아이템 복제 사건을 파헤지는 「집행인의 귀한 칼날」. 약 백만 가지 알고리즘에 의한 AI의 판단 과정을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묘사한 실버타운 살인사건 수사극 「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들」. 재개발 현장에 얽힌 첨단기술 범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셋이 모이면」과 영원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평택에 당도한 청소년들의 이야기 「복원요법」은 메가시티 평택의 그림자를 엿보게 한다. 그리고 각 사건의 연결점을 쫓아 도달한 마지막 에피소드 「세컨드 유니버스」에서 주인공들은 비로소 종막에 다가갈 단서를 붙잡는다.
가상의 세계임에도 마치 뉴스 속 사건의 수사기록을 몰래 엿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지독한 현실감이 돋보이는 이경희 작가의 신작. "먼 미래의 허구인데도 가까운 현실의 재현처럼 다가"온다는 SF 특유의 매력을 가감없이 느낄 수 있는 준수한 작품이다.
책 속 한 문장
"맞다. 이젠 '뉴 센텀 메가 포레'라고 불러야겠구만. 겨우 그거 한 글자 붙이자고 몇 년 동안 그 난리를 치며 싸워 왔다니.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로 허탈한 결말이었다." 191~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