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누군가를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하고 질투한 적이 있나요?
어릴 적, 남들보다 눈에 띄게 큰 키와 눈망울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역 배우 여름이는 중학생이 되어 남들과 비슷한 키, 비슷한 크기의 눈을 가진 '실력파' 아역 배우가 되었습니다. 예쁘고 연기를 잘하는 언니 소울의 그림자에 가려 어머니의 관심 밖에서 맴돌던 겨울이는 친구의 오디션 현장에서 캐스팅되어 '비주얼' 아역 배우가 되었지요. 빼어난 외모, 그리고 연기 실력. 이 둘을 모두 갖춘 완벽한 배우 오수빈은 두 아이에게 동경의 대상입니다. 그런 수빈을 위해 만들어진 배역 '수빈이'가 오수빈의 건강 문제로 오디션 시장에 풀렸고, 두 아이는 수빈이가 되기 위한 경쟁에 나섭니다.
질투라는 감정은 과연 나쁜 걸까? 저자는 이 책에서 듣는 이가 모두 당연하지 않느냐며 고개를 갸웃할 만한 질문을 겁 없이 던집니다. 여름은 겨울의 가정환경과 외모를, 겨울은 여름의 열정과 연기 실력을 질투하고, 또 한편으로는 동경합니다. 서로가 지척에 머무르기에 그 감정은 끊이지 않고 연료를 공급받아 활활 불타오르지만, 적어도 비겁한 수를 쓸 생각은 없죠. 두 사람의 질투심은 각자의 장점을 갈고닦고 수빈이가 되기 위해 절차탁마하는 계기이자 성장의 자양분이 됩니다. 이 둘의 관계를 묘사하며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성장하는 것도 청춘의 미션"이라고요.
들불처럼 일어났다가도 가을바람 앞의 풀잎처럼 흔들리는 사춘기의 감정을 유려한 글솜씨로 표현한 청예 작가의 소설 『수빈이가 되고 싶어』. 작가의 신작인 『오렌지와 빵칼』을 슬쩍 언급하는 등 웃음 포인트도 있는 만큼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나보다 나은 듯한 친구들의 모습에 자책하고 질투하는 자신이 싫은 분들,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분들, 떠오르는 SF 신예인 청예 작가의 여러 작품을 접하고 싶은 팬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책 속 한 문장
"하지만 어른들이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너희의 진짜 적이란다. 우습지 않아?" - 11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