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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서평> 서울 사람들에게 바람은 무엇일까?

작성자 김정미 작성일 2020.11.30. 23:14:05 조회수 1,544
[자전거 도둑_ 박완서 글]을 읽고서...

'마침내 결심을 굳힌 수남이의 얼굴은 누런 똥빛이 말끔히 가시고,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

박완서 작가는 이 책을 쓴 의도에 대해서 '70년대의 암울한 시대에서 때묻지 않은 정신과 교감을 시도했다'라고 밝혔다.

주인공 수남이는 고향을 떠나 청계천 세운상가 뒷길의 전기용품 도매상의 열여섯 살 꼬마 점원이다. 겉보기에도 볼은 어린아이처럼 토실하니 붉고, 눈 속이 깨끗하다. 목소리만은 제법 성인처럼 굵고 부드러운 저음이다. 세운상가의 전기용품의 주인영감과 거래처의 변두리 전기 상회나 전기공들은 우락부락 성미가 급하고 거칠다. 이 대조적인 인물 설정이 바람 부는 어느 날, 서울의 뒷골목은 흉흉하고 을씨년스러운 것과 연관되어진다. 서울에서의 바람은 먼지는 물론 온갖 잡동사니들이 다 날아들어 가게 앞에 쓰레기 무더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서울 세운 상가의 바람이 전선가게 집 간판이 떨어지면서 지나가는 아가씨를 다치게 하면서 일이 시작된다. 간판 주인은 큰 배상을 하게 된다. 전기용품 주인 영감은 "육시랄 놈의 바람, 무슨 끝장을 보려고 온종일 이 지랄이야."라고 하며 바람으로 흉운 했던 전선집 가게 아저씨를 동정삼아 화를 냈다. 이곳에서는 바람의 의미를 간판이 날아가는 횡액, 한없이 날아오는 먼지, 쓰레기로 인식한다. 반대로 열여섯 살 수남이는 시골의 바람 부는 날 풍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보리밭은 바람을 얼마나 우아하게 탈 줄 아는가, 큰 나무는 바람에 얼마나 안달 맞게 들까부는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함께 사는 숲은 바람에 얼마나 우렁차고 비통하게 포효하는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이 골목에 자기 혼자뿐이라는 생각에 수남이는 고독해졌다. 다들 아가씨의 안부보다 전선 가게 아저씨의 손해가 얼마인가 그것만이 궁금한 터였다.

수남이는 서울 세운 상가의 장사꾼들의 생리들이 이해가 안 될뿐더러 문득 혐오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금고에 돈을 수북이 넣어 놓고도 꼭 땡전 한푼 없는 얼굴을 하고 도무지 내주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수남이는 그 수에 넘어가지 말고 악착같이 지키고 서서 받아 내야 하는 것이다. 수남이는 들은 척도 안하고 장승처럼 버티고 서 있다. 수남이는 이 세상에 장사꾼처럼 징그러운 족속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나서 한숨이 절로 난다. 그러면서도 어느 틈에 장사꾼다운 징그러운 수를 쓰고 만다.
"오늘 물건 대금은 꼭 결제해 주셔야 돼요. 은행 막을 돈이란 말예요." 수남이는 은행 막는다는 말의 정확한 뜻을 잘 모른다. 그 번들번들하고 위엄 있는 은행이 뒤로 어디 큰 구멍이라도 뚫려 있단 소린지, 뚫려 있기로서니 왜 장사꾼이 막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채로, 급하게 돈을 받아 내려는 장사꾼들이 으레 심각한 얼굴을 하고 그런 소리를 하길래 수남이도 그래 보는 것이다.
"자아식 끈덕지기가 꼭 뙤눔같다니까, 됐어,"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소리를 하고 찍 웃는다. 수남이는 주인에 세 번씩이나 세어서 준 돈을 또 두 번이나 센다. 그러다가 바람이 불어 한 쪽에 세워둔 수남이의 자전거가 쓰러지는 바람에, 근처 주차된 고급자동차를 흠집 나게 했다. 자동차 주인인 신사는 악착같이 흠집을 찾아내며 열여섯 소년에게 수리비를 내라며 소리친다. 그러면서 오천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이 자전거를 가져가지 못한다고 자물쇠를 사다가 잠가버린다. 주변에 구경꾼인 상인들이나 행인이 수남이한테 자전거를 들고 가라고 부추겼다.

수남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과연 수남이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었을까? 수남이는 자신의 얼굴에서 '누런 똥빛'을 발견한다. 그 누런 똥빛은 자신이 손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 기뻐하던 주인 영감의 얼굴빛이었고, 가족에게 실망을 안겨 주기 싫어서 남의 물건을 훔쳤던 자기 형의 얼굴빛이였다. 그런데 수남이가 지금 그런 누런 똥빛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들고 뛸 때, 죄책감보다 쾌감을 느꼈다는 사실에 몸서리를 치며 자기 마음속의 부도덕성을 걱정하며, 수남이의 마음속 갈등은 자신을 도덕적으로 견제해 줄 아버지 곁으로 가기로 결심하면서 해결된다. 자신이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수남이의 마음속 성장 때문에 누런 똥빛의 얼굴은 다시 청순하게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람은 자연이다. 잘못이 없다. 수남이의 토실한 붉은 얼굴, 깨끗한 눈이 청순한 것처럼, 서울 세운상가의 사람들의 누런 똥빛 얼굴이 대조된다.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부도덕성에 대한 비판과 도덕성, 양심 회복의 필요성을 시골의 자연 속 바람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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