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고
이금이 글, 창비, 2020

주인공 버들은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돌아가시고, 오빠도 일본군에 대들었다 죽음을 맞는다. 어머니, 남동생 세 명과 어려운 생계를 꾸려가다 포와로 시집가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사진신부가 된다.
1917년. 어진말에서 열여덟 꽃 같은 처자 3명(버들, 홍주, 송화)이 사진결혼을 하고 부푼 꿈을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하와이였다.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간 근로 이민1세대가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온 수 많은 사내들이 여자가 없어 속절없이 늙어가며 술과 도박에 빠져 일에 지장을 주자 1910년부터 미국정부가 결혼이민을 허락한 것이다. 자신들이 허무맹랑한 거짓에 속아 포와에 왔듯이 결혼을 위해 고국의 처자들을 속여 신부로 데려온 것이다. 젊은 시절 사진과 멋으로 세워둔 자동차 배경에 속아 온 신부들은 통곡을 해보지만 돌아갈 뱃삯이 없어 어거지로 살아야 하는 신세다.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하겠다는 거짓과 같은 맥락이지만 감히 비할 바가 아닌 고단한 삶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결혼은 도피처가 되어주지 못 한다.

후반에 어진말 세 처자는 기댈 남편 없이 서로의 삶에 힘이 되어주며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데, 삶에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적응해 가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인다. 또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가는 과정을 보며 과연 나라면 그렇게 누군가를 보듬어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서러움이 클수록 나라를 찾으려는 의지도 강해지는지 하와이의 교민들이 힘들게 모은 돈을 독립자금으로 기부하는 모습엔 마음이 찡해진다.
하올레(백인), 일본이민자, 원주민(하와이왕국은 서양에 나라를 빼앗겼다), 조선이민자의 가장 낮은 계급으로 살면서 그녀들이 살아내는 인생엔 나라를 빼앗긴 동포들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있다. 삶이 고단하다고 느낄 때 읽으면 위안이 될 것 같은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다.